결정 그 후, FOMO에 대하여

결정하고 나면 솔직히 꽤 신날 줄 알았다.

사실 신나긴 했는데 신남을 느끼기엔 아직 많은 것이 날 둘러싸고 있었다.


첫번째는 사이드잡으로 시작된 종합적인 두려움.

배우자와 함께 준비중인 사이드잡 서비스의 오픈이 다가오고 있었고, 15년차 마케터에게 해보지 못한 실무의 공포랄까 그런게 몰려오기 시작했다. 나 분명 전략 잘짜고 계획도 세우고 팀원들 믿고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여 성과낼 수 있는 마케터라 믿었고 자부심도 있었다.(이건 지금도 이렇게 생각한다.) 근데 그것과 어플 새로 내서 멘땅에 헤딩하는 것은 좀 큰 차이가 있었다. 돌이켜보니 전략짜고 방향성 제시하고 피드백만 줬지 내가 직접 소재만들고 광고 돌려본지는 10년 전쯤..?

심지어 그때 대행사랑 같이했다 하하. 사실상 직접 해본적이 없는게 팩트였던 것. 그래도 포토샵 피그마 잘 다루고 인스타도 계속 열심히 봤으니까 못하는 건 아니었는데 전략을 짠다고 짜고 실행을 한다고 하는데도 초보니까 첨이니까 아무래도 15년차 마케터 눈에 그게 안차는거지! ㅋㅋㅋ (당연히 그럴듯)

그러다보니 자괴감에 빠져 허우적대기 시작했고 난 15년간 뭘했지?부터 시작해서 나 마케팅 할 줄 안다 말할 수 있나? 난리가 났다. 거기다가 이제 1년 쉰다고 하니까 어쩐지 당장 회사밖 사이드잡으로 돈을 벌 구석을 만들어놔야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거기다가 이렇게 소재가 좋은데 (40대 직장인 퇴사후 어학연수 ㅋㅋ) 그리고 나도 기록은 하고 싶은데 같은 여러 생각들을 하다보니 내눈에는 인스타 2주 만에 1만 키우기, ai로 인스타툰 그려서 월 1억! 같은 광고만 눈에 띄고 (심지어 강의 신청함ㅋㅋ) 너무 힙하고 멋진 영상들만 보이고 아 얼굴 내놓고 하는거 싫은데 결국 난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걸까? 트렌드 쫓는거 이제 진짜 지쳤는데 난 평생 이렇게 인스타만 디깅 하면서 트렌드에 쫓고 쫓기는 인생을 살아야 하는 걸까? 퇴사하고 영어공부 해봐야 그런 인생이라면 더 불행한거 아니야??? 하면서 아주 그냥 혼자 땅굴을 겁나 열심히 파고 들어간거지

나는 내가 그러고 있는 줄도 몰랐다. 즐겁게 사이드잡 해보려고 시작한건데 이렇게 괴로울 줄이야. 결국 배우자와 함께 산책하다가 왜 이렇게 힘이 없냐고 묻는 그에게 주절주절 혼자 이야기하다가 두려움에 휩싸여 눈물을 뚝뚝..ㅋ 스타트업 대표 8년 이력에 빛나는 그는 처음 맨땅에 헤딩하면 모두 다 그렇다며 당연한거고 내가 못난게 아니며 넌 잘하고 있고 니가 잘하는거 계속 잘하면 되고 우리는 인플루언서가 되려는 것도 아니고 인스타 계정을 키우자는 것도 아니고 앱설치 광고의 효율을 높여 유입만이 목표다! 라며 이런 저런 T식 위로들을 해주었다. (다른 얘기도 많이해주고..) 나는 F지만 아니 오히려 F라서 인지 이럴때 그의 T식 위로가 아주 도움이 되는 편이다. 물론 다정한 말투가 큰 몫을 하겠지만.

암튼간 대화 한번에 두려움이 싹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많이 진정이 되고 나쁜 생각들이 많이 사라지고 좀 더 마음을 편히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여러가지가 겹쳐 두려움이 한번에 몰려왔던 걸까나. 아직도 메타광고 붙잡고 헤매고 있긴 한데 마음은 좀 편안해졌다.

두번째는 계속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것

사실 회사 상황이 크게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다니는 것 자체는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다만 어쨌든 나는 떠날 결정을 했고 마음이 떴으니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마음이 조금 불편하고 그런.. 이러다 보니 내 스스로가 예전처럼 일에 집중하고 시간을 쓰지 못하는 것 같았고, 나의 업무 결과가 나의 성에 차지 않고 근데 의욕은 크게 올라가지 않고 그런 상황들이 좀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회사 내에서도 내부 서버에 aI를 연결해 마케터들도 코덱스로 데이터를 쉽게 보고 분석하고 대시보드화 할 수 있게 되는 등 재미난 변화가 많은 편이었다. 그 와중에 매출이 계속 떨어져서 브랜딩/유입에 집중하던 마케팅팀도 CRM팀 처럼 전환하여 매출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는데 사실 CRM은 나도 제대로 해본적이 없어서 공부가 많이 필요한데 의욕이 적어 공부를 덜하니 결과가 내맘에 안드는 못난 상황이..

다행히 이 글을 쓰고 난 후, 이 문제 또한 잘 해결되었다. 역시 나는 나라서 마음이 떴다고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나를 참을 수 없었기에 다시 열심히 또 공부해서 CRM 도 잘 해나가고 코덱스랑도 열심히 싸우며 잡도리 하게 되어 마음이 다시 편안해졌다.

아무튼간 결정하고 난 후에도 난 아직 똑같고 그냥 그렇다는 거다.?
다음 편엔 구체적으로 준비한 과정들을 적어볼까나..

→ 6편에서 계속

  1. 그냥, 그 시기가 또 온줄만 알았다.
  2. 결정, 그리고 프레임이 깨지던 순간들
  3. 결정할 수 있었던 이유
  4. 그래서 뭘 어떻게 한다는 건지
  5. 결정 그 후, FOMO에 대하여
  6. 해외 장기 체류 전 준비해야 할 것들
  7. 무소유 라더니 액션캠을 구매한 건에 대하여..
  8. 8월 2주간은 어디서 살까?
  9. 퇴사를 준비하며
  10.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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