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할 수 있었던 이유


계기는 충분했다. 근데 계기 만으로 결정이 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결정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1. 많은 나이, 많은 경력
    어쩌면 오히려 나이가 많고 경력이 이미 차서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포기할 게 많아서 선택이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결정하고 보니 나이가 많아서 오히려 더이상 선택을 미룰 수 없었다고 해야할까.

    조직에서 이미 스킬은 많이 쌓았는데,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길과 가치관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들 그리고 AI 덕?!에 불투명해진 미래, 그게 아니더라도 이미 짧았던 IT 직장인의 정년 등을 생각해봤을 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고민이었다는 것.
  2. 토론을 통한 리스크 헷징
    이런저런 계기가 있었다고 해도 두려운 것은 너무 많았다. 집을 팔면 거리에 나앉는건 아닌가 직장을 퇴사하면 이 나이에 다시 취업할 수 있을까, 그냥 도망가고 싶은거면 어쩌지, 일 할 수 있을 정도로 영어를 하는게 목표인데 그게 안되면 어떻게 하나, 고양이를 부모님께 맡기고 떠나는 것은 무책임한게 아닐까 등 실체 있는 두려움 부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실체 없는 두려움까지.

    지금 생각해보면 결국은 이런 선택을 하고 싶었기에 두려움을 줄이기 위한 토론을 계속 했던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토론할 당시에는 가고 싶긴 한지 서로에게 자주 물었고 잘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 가고 싶지 않았으면 이야기도 안꺼내지 않았을까 ㅎㅎ)

    아무튼 그래서, 거의 두세달 동안 일주일에 여러번씩 술잔을 기울이며 열심히 토론했다. 우리가 두려운 것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그 두려움은 실체가 있나? 해결할 수 있는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는지, 기가막힌 아이디어가 나올때도 있었고 답 없이 끝날때도 있었다. 술기운에 모든게 해결된 듯 떠나자고 했다가, 다음날 정신차려보면 두려움이 몰려와 현재에 충실하기로 하기도 했다. 허나 몇일을 못버티고 결국 또 이야기를 하곤 했다.

    두려움을 소거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최악을 상상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둘다 퇴사하고 영어 공부를 하고 노마드잡을 시도해보자는 거였는데 여기서 최악은 뭘까? 1년간 돈만 쓰고 영어도 못하고 한국에 돌아오는거? 그래도 지금보단 영어를 잘하긴 할테니 재취업 해볼 수 있을 것이고, 꽤 잘하면 해외기업 한국 지사에 시도해볼 수도 있겠지. 다 안되면 집을 팔고 보유한 자산으로 지방 도시에서 자영업을 시작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봐도 그게 그렇게 싫지 않았달까.

    그렇게 우리는 두려움과 리스크를 소거하기 위한 토론을 계속 했고, 최악의 상황이 되더라도 자산을 최대한 지키기 위한 시나리오도 여러가지로 생각해보며 확신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3. 타이밍, 타이밍, 타이밍
    결정적으로 이 선택이 가능했던 이유. 둘의 타이밍이 맞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둘의 고뇌와 괴로움의 시기가 유사 했기 때문에 생각이 열렸고 토론이 가능했고 결정이 가능했다.
  4. 10년 후의 우리가 뭐라고 할까?
    거의 결정에 이르렀을 때 마지막 두려움을 획기적으로?! 없애줬던 그것. 10년 후의 내가 지금 나를 본다면 한 걸 후회할까 안한 걸 후회할까! 이건 진짜 1,000% 무조건 완전히 안한 걸 후회 하겠지 선택하지 않은 나를 엄청나게 욕 하겠지ㅋㅋ 30대 초반 쯤 1:1 과외 형식으로 영어 공부를 하다가 해외 기업 도전 까진 못하고 그때도 이미 나이가 많고 연차가 높다고 생각하며 에이 한국기업에서 일하면 되지 하면서 영어를 때려쳤던 나새끼를 늙은 내가 얼마나 원망 했던가. 이건 무조건이다. 그러니 우리는 가야한다. 결정할 수 있었다.

어쨌든 우리가 떠나는 이유는

앞으로의 삶이 더 자유롭고 행복하기 위해서. 그러려면 조직 밖에서도 내가 스스로 굳건하게 설 수 있어야 하고, 내가 뭘 원하는지 더 명확하게 알아야 하며,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늘려야 한다. 그러려면 영어는 필수고, 그걸 바탕으로 여러 시도를 해봐야겠지. 엄청난 전환점이 될 것이다.

→ 4편에서 계속

  1. 그냥, 그 시기가 또 온줄만 알았다.
  2. 결정, 그리고 프레임이 깨지던 순간들
  3. 결정할 수 있었던 이유
  4. 그래서 뭘 어떻게 한다는 건지
  5. 결정 그 후, FOMO에 대하여
  6.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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