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도 잘 적응했으니 나는 이제 수술만 잘하면된다.
1일 차(7/23): 입원 수속
입원하는 날 아침, 톡으로 입원실이 배정되었다고 알림이 온다. 나는 운이 좋게도 2인실! 2인실 까지는 실손 보험이 다 적용이 되기 때문에 가격이 더 높아도 2인실을 1순위로 희망해 놓았는데 병원 측 설명으로는 요새 입원하는 분들이 많아서 5인실로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고 여러 후기에서도 그렇게 말해서 5인실이겠지 하고 있었는데 2인실로 배정됨 운이 좋았다.
2~4시 사이에 입원하라고 해서 최대한 늦게 3시 반에 도착, 간단하게 수속 마치고 입원실로. 간호 간병 통합서비스인 병원이라 병실에는 보호자도 못 들어가고 지정 1인만 병실 밖 면회만 가능하다. 입원 전에는 괜히 병원에서 자려면 보호자도 힘들고 사실상 해줄 수 있는 건 많이 없으니 오히려 서로 편한 시스템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겪어본 결과로는 편한 시스템은 맞고 간병인, 간호사님이 계셔도 대부분 혼자 해내야 하니 회복이 빠르지만 약간 외롭고 서럽긴 했다 후후

간호사님께서 입원 생활과 4박 5일 일정에 대해 쭉 브리핑을 해주신다. 꽤나 상세하고 친절하게 잘 알려주심. 그렇게 첫날은 수술 준비하며 지나감

2일 차(7/24): 수술
매일 7시 반에 수술이 시작되는데, 순서만 알 수 있다. 나는 두 번째였고 첫 번째 수술이 얼마나 걸리느냐에 따라 나의 수술 시작 시간이 결정되는 것.. 몇 시에 할지 알 수 없는데 보호자는 수술실 앞에서 들어가기 전에 잠깐, 수술 마치고 나와서 잠깐 볼 수 있다 허허. 그래서 꽤 일찍 9시 즈음 남편이 왔는데 생각보다 이르게 9시에 수술실로 들어가서 진짜 겨우 안녕 잘하고 올게. 하고 슝 들어갔다. 여성병원이라 그런지 수술 대기 공간도 생각보다 따뜻한 인테리어 랄까 그런 느낌이었다. 계속해서 환자 이름을 확인하고 마취와 수술 순서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 주시고 동의서 등에 싸인도 하고.. 그렇게 대기하다가 곧 수술실로 들어가서 양팔과 다리를 묶어 지지하고 마취 가스를 흡입…. 그대로 기절.
깨어났을 땐 진짜 아 생각보다 더 너무나도 아프고 괴로워서 울부짖음. 아파요 너무 아파요ㅠㅠ 근데 목소리도 안 나온다 하하하 간호사님 바짓가랑이 잡고 아프다고 하는데 이미 여러 번 내가 했는지 진통제 최대치로 넣은 상태라고 조금만 참으라고 해주시고 곧 그래도 진통제 효과가 나는지 조금 나아졌다. 수술 후 실려 나와 남편 얼굴 잠시 보고 (진짜 3초인가 ㅋㅋ) 병실로 돌아가서 무통주사 버튼을 열심히 누르며 자다 깨다 반복하고 괜찮다 싶다가도 진통제 효과가 다하면 너무 아프고.. 중간에 몇 번은 무통주사 부작용으로 어지럽고 속이 안 좋고 난리도 아니다 허허. 사실 뭐 좀 아프겠지 했는데 생각보다는 많이 아팠다 하하. 그렇게 2일 차는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음
3일 차(7/25): 회복 시작
그래도 좀 살만 해졌다. 하지만 그래도 아픔 흑. 수술한 부위에 피주머니를 연결해 놓았는데 나는 피가 좀 많이 나오는지 원래는 3일 차 점심쯤 미음을 먹었다는 후기가 많았는데 나는 3일 차까지 계속 금식이었다 허허. 수액은 계속 맞고 있고 소변은 소변줄을 통해 알아서 나가고 아파서 배고픈지도 모르겠고.. 그러다가 오후쯤 에는 좀 나아져서 소변줄을 제거해 주셨다. 그러고 나니 직접 소변을 보고 어딘가에 받아서 양을 체크하는 미션이 떨어짐 ^^ 전 날 배를 찢었으나 직접 일어나서 소변보고 통에 담고 용량을 재야 함 ㅋㅋ 근데 또 해야 되면 하게 된다. 오후에는 남편이 보러 와서 허리를 펴지도 못하는 채로 엉금엉금 나가서 만났다. 얼굴을 보니 반갑고 서러워서 약간 눈물이 나고 집에 가고 싶고 아프고 그랬다.
나에게 주어진 미션? 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 걷고 활동해서 가스 분출하기. 수술할 때 이산화탄소를 넣어 배를 부풀려서 수술 부위가 잘 보이도록 한다고 하더라. 그때 들어간 가스를 잘 빼줘야 회복이 된다 함. 가스가 빠져나오느라고 허리 어깨 위 배 등이 다 아프다고 했다. (실제 매우 아픔 ㅠ) 그래서 아파도 열심히 걸어야 함.. 살면서 이렇게 방귀 뀌기를 기원하고 방귀 뀌고 자랑하고 칭찬 받은적은 처음..ㅋㅋ

두 번째는 호흡연습으로 찌그러진 폐 펴기. 전신마취를 하면 자가호흡을 몇 시간 동안 하지 않기 때문에 폐가 쪼그라든다고 한다. 그래서 간단 기기를 활용한 호흡 연습으로 찌그러진 폐를 펴줘야 한다고. 이것도 매우 괴로움. 아래 사진 같은 기기를 주는데 들이마시면 저 공이 올라가야 하는데 처음에는 망가진 줄 알았다 하하. 아무런 움직임이 없음.. 퇴원할 때 되어서야 노란 공 하나 높이 들었다..

4일 차 (7/26): 살만 해짐
이제 진짜 살만 해졌다. 그리고 드디어 먹을 걸 주신다. 미음..^^ 정말 아무 맛도 안 나는 거.. 그리고 위도 장도 불편해서 먹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먹어야지 흑흑. 먹고 걷고 진통제 맞고 항생제 맞고 누워있다가 걷고.. 그래도 소변 용량 재는 건 어제로 끝남. 점심엔 밥 다운 밥을 준다. 죽에 반찬들. 꽤 먹었다. 남편이 와서 또 잠시 걷고 이야기하고, 많이 나아진 모습으로 맞이했다. 하지만 아직 가스가 나오지 않아서 초조해짐. 가스가 안 나오면 퇴원을 못할까요..? 간호사님은 난감한 표정으로 음.. 엑스레이를 찍어보고.. 음.. 나올 거에요!라고 하고 가셨다.. 퇴원하고 싶었던 난 열심히 걷고 노력했다.. ㅋㅋㅋ 결과적으로 4일 차에 가스를 분출했고 간호사님께 가서 기쁘게 말함 나왔어요!! 잘하셨네요!! 제법 웃긴 대화다. 저녁은 더 밥다운 밥이 나왔다. 가스도 나왔겠다 기쁘게 뚝딱 한 그릇 비움 🙂 4일 차엔 수액도 제거하고 제법 퇴원할 사람 같아진다. 잘 때도 걸리적거리는게 없어서 좋았다. 이제 남은 건 피주머니 하나!



5일 차 (7/27): 퇴원이다!!
퇴원 날 아침이 밝았다. 병원에서 쉬면 편할 줄 알았는데 어쨌든 병원은 병원이라 누워만 있는 것도 좀이 쑤시고 여기저기 아프고 2인실이니 조용히 조심해야 하고 쉽지 않다 집에 엄청 가고 싶었다. 근데 이 날이 평일이라 교수님께서 진료를 보시느라 오전 회진을 못 오셨다. 저 오늘 퇴원하나요 간호사님께 여쭤봤지만 그럴 것 같은데 교수님께서 최종 확인하셔야 한다며 기다리라고 하심. 근데 그게 시간이 길어지니 (보통 오전에 퇴원임) 전화로 물어보셨는지 퇴원 설명 해주시고 피주머니도 먼저 떼주셨다. 먼저 와서 기다리던 남편과 함께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보니 헐레벌떡 오신 교수님과 마주침! 인자하신 교수님 괜찮은지 컨디션 어떤지 이것저것 묻고 확인하신 후 이제 가도 된다고 ㅋㅋ 네 ㅠㅠ 감사함ㄴ디ㅏ ㅠㅠ 비용 결제 하고 약을 받고 1주 후 외래 진료를 예약한 후 드디어 퇴원했다! 신난다! 근데 밖에 너무 덥네 병원 쾌적했네 ㅋㅋ 나오자마자 밥을 먹고 (넘 자극적인걸 먹어서 그날 고생함ㅋㅋ) 집으로 집으로..!

입원 기간 동안 잊고 있다가 집에 가니 좋다라고 생각하다가 1) 좋은데 이제 5일 남았네 ㅠ (7/31 이사임) 2) 좋은데 아.. 집에 가도 부엉이가 없어…? 라고 다시 깨닫는 순간 눈물이 또 그렁그렁.. 아프고 서러웠던 마음과 부엉이가 없다는 사실이 또 합쳐져서 눈물이 또르르르르, 남편이 계속 부엉이 보러 가자 했지만 그건 또 아니라며 우겨서 집으로 갔다.

집이 최고야. 그 안에는 남편+집자체+부엉 > 이게 세트인데 부엉이가 없다니 아직도 슬프다. 집에서 쉬다가 결국 부모님 댁으로 갔다. 걱정하시는 부모님도 만나고 부엉이도 보려구
말해 뭐 해 귀여운 부엉.. ㅠㅠ 보니까 좋드라고. 적응 완료한 부엉씨는 잘 지내고 있고 아빠 엄마와 맛난 거 먹고 수다 떨고 부엉력을 충전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배가 조금 아프긴 해도 이 정도면 진짜 살만하다.

어른 되어 처음으로 수술이란 걸 해보니 역시나 아프지 않고 건강한 게 최고의 가치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출근 안 해도 되는 건 여전히 신나는데 술 먹고 맘껏 놀 수는 없어서 아쉽지만 그래도 남편도 나도 쉬는 기간에 수술하게 되어 무리하지 않고 쉴 수 있음에 감사하며, 잘 먹고 잘 쉬어서 잘 회복해야지. 이제 또 사부작사부작 집 정리를 마무리하고 31일에 짐을 빼고 2주간 살게 될 공릉숲길로 가야지. 다음 편은 공릉 숲길 살이에 대해 써보기로 하자. 왜 거기로 갔는지, 어떤지, 회복 잘하고 있는지 써보자.
